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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치료 과정입니다 (전편)

  • 작성자 사진: f4strada
    f4strada
  • 1월 11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월 12일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럭키는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했습니다. 현재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 있어서 12월 달의 악몽같던 시간이 꿈처럼 느껴집니다. 인스타에 공유드렸듯이 럭키의 마지막 측정 수치는 매우 좋았습니다. 한창 아플 때에는 체액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서 암울한 상태가 검사 결과지에서 극명하게 나타났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체내 균형을 완전히 찾아서 특별한 처치없이 한 달 간격으로 병원에 가서 수치 측정하고 추적관찰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 신장 손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 신장 손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먼저 이번 사건으로 럭키의 신장 기능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피하수액조치를 통해 신장 기능을 보조하고 있습니다. 수치 상으로 보나 활력징후로 보나 수액 효과는 좋습니다. 그리고 걱정했던 것보다 럭키는 피하수액을 아주 잘 맞습니다. 왜냐하면 수액 얌전히 맞고 나면 고구마 1 티스푼 먹을 수 있거든요. ㅋㅋㅋ 그래서 수액 끝났다 싶으면 럭키는 바로 부엌으로 달려가서 애타는 눈으로 고구마를 기다립니다. (럭키는 이런 패턴은 정말 잘 기억합니다)

매일 280 ~ 300ml 피하수액

그리고 이번에 치료를 가장 어렵게 만들었던 건 췌장염 + 염증 수치입니다. 췌장염이 이렇게 무서운 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하게 식이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밥은 로얄캐닌 처방식을 먹이고 있는데 이 처방식은 100g 당 지방 5.9g / 단백질 8.9g 밖에 안됩니다. 사실 상 뻥튀기 마냥 먹어도 열량이 거의 없는 거죠. 이게 어쩔 수 없는 것이 지방이 높으면 염증을 유발하고 단백질이 높으면 신장에 무리가 됩니다. 그래서 럭키는 남은 수명을 전보다 배고픈 상태로 살아야해요. ㅠㅠ 처방식은 하루에 1캔에서 0.7캔 정도 먹습니다. 가격은 1캔에 7500원, 인터넷이라고 특별히 저렴하지 않고 구매 수량 제한이 있는 곳이 많아서 근처 동물병원에서 오다가다 구입해서 비축해 놓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영양제와 보조제들을 먹습니다. 약냄새가 나면 럭키가 가릴 때가 있어서 닭육수를 섞어서 급여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럭키는 하루 종일 많이 배고파합니다. 뭐 달라고 졸졸 쫒아다니는 것을 보면 안쓰럽지만 특별히 방법이 없구요. 그냥 넌 14년동안 사람먹는 것도 먹고 매일 배가 빵빵하게 먹었으니 이제 너도 덜 먹을 때도 되었다라고 생각합니다.

대략 럭키의 한 끼 식사 루틴
대략 럭키의 한 끼 식사 루틴

이렇게 운영해보니까 일상 생활에는 여러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럭키 활력만 놓고 본다면 생체 시계를 1년 이상 뒤로 돌린 느낌입니다. 럭키는 응급실 실려가기 이전보다 훨씬 활동적이고 또렷합니다. 일례로 아프기 전에도 뛰지 않았는데 지금은 젊을 때처럼 계속 뛰려고 하고 의욕이 아주 넘칩니다. 그리고 입원해서 10일동안 항생제 폭탄을 맞아서 그런지 전신에 부종, 물혹 들이 드라마틱하게 작아졌고 입냄새도 거의 나지 않습니다. 이제는 좀 꼬수운 정도? ㅋ (럭키 가면 이 냄새 너무 그리울 거 같아요 ㅜㅜ )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게 일단락되었습니다.

표정부터 달라졌습니다
표정부터 달라졌습니다
오래 사니까 개가 말을 합니다

정말 지금 마음 같아서는 14살 럭키는 이대로라면 20살까지도 살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성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럭키의 상황을 그래프로 설명을 해봅니다.


저는 14살이면 웰시코기의 공식적인 수명을 다 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럭키의 동배 형제들은 모두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럭키보다 먼저 태어난 애들 중에서도 아마 1마리만 살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스타의 코기 친구들 중 정말 많은 아이들이 14살을 채우지 못하고 먼저 여행을 떠났습니다. 심지어 앨리자베스 여왕의 웰시코기도 14살을 넘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럭키는 이만하면 평타 이상으로 살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첫 번째, 럭키의 수명은 앞으로 완만하게 내려갈 확률보다 급격하게 늙어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인 생각이겠죠. 그리고 두번째, 우리에게 지난 12월 같은 벼락같은 이벤트가 앞으로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당연히 또 위기가 오겠죠. 그것을 나타낸 것이 오른편 그래프입니다. 수학에서의 컨볼루션 개념을 여기에 좀 입혀보면 두 함수의 합성은 실제로 (제 감정과 달리) 매우 비극적일 거라는 겁니다. 보라색 그래프를 말로 설명해보면,


럭키는 특별히 아프지 않아도 점점 빠르게 늙어갈 것이며 한 번 아플 때마다 그 노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것이다

저는 아마도 앞으로 2번 정도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한 번 더 아프면 럭키는 지금처럼 버티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고 그 이후에는 반송장처럼 누워 있다가 한 번 더 위기가 오면 우리 곁을 떠날 것이라고 굳게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럭키가 기운이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해주고 이뻐하려고 합니다.


먹고 싶지? 하지만 이젠 안돼. ㅋㅋ
먹고 싶지? 하지만 이젠 안돼. ㅋㅋ

이렇게 팍팍 늙어가는 건 사람도 동물도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그래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럭키에게 남은 기회는 겨우 두 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병원 진료를 받고 나서 든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한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좋은 동물 병원에서 럭키를 치료하면서 제 머리속에 분명해진 것은 현재 동물 의료 시스템에서 죽어가는 내 동물을 살려내는 반전 드라마는 어렵겠다는 이성적 판단입니다. 그래서 운이 좋으면 럭키처럼 위기에서 나올 수는 있지만 위기를 넘긴 상태에서 판을 뒤집는 건 이런 시스템에선 어렵겠다라는 결론입니다. 왜냐하면 아직 동물 의료 시스템과 인간 의료 시스템은 모든 것이 아예 차원이 다른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의료라는 행위는 비슷해 보여도 인력 수준, 장비 수준, 심지어 병원비 수준까지 모두 다릅니다. 직관적으로 비유하자면 동물 의료와 인간 의료의 차이를 저는 피쳐폰과 스마트폰 정도의 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절망적이죠.

동시에 동물 의료 이야기를 할 때 저는 매우 복잡한 심경입니다. 왜냐하면 보호자로서 시선과 직장인으로서의 시선이 달라서 입니다. 저 역시 제 전문 분야에서 제대로 일을 못 할 때도 있고 직장인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여러가지 한계들이 있기 때문에 동물 의료 체계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연민도 느껴지고 공감도 되고 그렇습니다. 여기에 더 감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동물에 들이는 돈"이라는 관점에서 의료 행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에 대한 보편적 관점을 생각하면 더 제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후편에서는 럭키를 치료하면서 도대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런 다양한 시선에서 자세히 풀어볼 예정입니다. 아마 동물병원에 가실 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후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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