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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수레바퀴는 잘도 돈다

  • 작성자 사진: f4strada
    f4strada
  • 3월 9일
  • 4분 분량
AFKN에서 나오던 휠오브포츈
AFKN에서 나오던 휠오브포츈

45살을 넘겨보니 시간은 정말 화살처럼 빨리 지나갑니다. 제 마음은 아직도 25살 같거든요. 아마 75살인 우리 아빠도 똑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45살이면 제가 대학원때 우리 지도교수님 나이였습니다. 그 때 교수님은 완전 아저씨였으니까 지금 20대가 저를 보면 완전 아저씨겠죠. 누군가는 아 증말 나이 먹는 것은 별로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아닙니다. 단순히 이미지만 아저씨면 그건 행복한 것입니다. 눈은 침침하고 소화는 잘 안되고 가만히 있어도 여기저기 아파오고 이제는 큰 병 걸리면 어떻게하나 내심 걱정도 한답니다.


나 어릴 때 이뻤다 ㅋㅋㅋ
나 어릴 때 이뻤다 ㅋㅋㅋ
그런데말입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정말 당황스러운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의 어떤 작은 선택이 예상치도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내러티브이죠. 그런데 작은 선택이 굴러서 이상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작은 선택도 예민해지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제가 청년일때와 중년일 때 사이에서 가장 큰 변화입니다. 어릴 때 저는 선택에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일단 하고 망가지거나 망가져가는 것을 망가지지 않게 하려고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작은 선택도 예민하게 한다지요? 안타깝지만 그건 이미 늙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민한 선택은 내 모습 그대로 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진심으로 젊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겠지요. 젊음은 언제나 미숙한 것이고 미숙한 것은 실수를 합니다. 그 시절 그런 자유로운 모습이 가능하기에 청춘은 푸르고 아름다운 것이지요.


아무튼 나이 들어 보니 인생에서 내 선택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굴러가는 것, 이것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운명의 수레바퀴 정도가 될 것 같은데요. 어린 날의 하상범은 오만한 놈이었기에 이 운명의 수레바퀴를 제가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인생에서 굵직한 몇 개의 선택을 제대로 하면 나머지는 큰 수의 법칙처럼 대세를 따라갈 것이라 기대했었지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제가 살아온 날들과 그 기간동안 제가 지켜본 사건들은 모두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작은 선택이 중요했다

살아보니 인생에서 스펙 또는 업적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먹고 사는 것은 공부를 많이하나 적게하나 크게 차이가 없었어요. 정말 중요한 것은 타인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친구와 함께 하느냐였습니다. 불행히도 이것은 머리로 안다고 행동으로 실천이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이 자기 팔자대로 산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인간 자체의 뿌리에 해당되는 이야기였어요.

저는 겉으로 보기보다 큰 사건을 많이 겪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실수를 두려워하는 젊은이가 아니었거든요. 그렇다보니 인생에서 많은 패착이 있었고 그 대가를 치뤄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 인생은 망했나 싶었는데요 대가를 치루는 과정에서 저는 운좋게도 제 뿌리를 통채로 갈아치우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인생의 묘미입니다. 제가 만약 실패하지 않는 선택만 했다면 지금보다 몇 푼 더 가지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제 인간성 자체를 확장하는 경험은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삶을 살아가는데 스펙이나 업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결국 인생은 새옹지마, 그렇게 운명의 수레바퀴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진정한 나를 찾을 수도 유지할 수도 없지요.


진정한 내 모습은 왼편이었.....
진정한 내 모습은 왼편이었.....

회사에서 우연히 어릴 적 동네 주민을 동료로 만났습니다. 며칠 전 그 분과 대화 주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송송님. 친구들 중에 아직도 예전처럼 잘 사는 친구 몇이나 되요?

저는 부촌에서 자랐기 때문에 친구들이 대부분이 유복했습니다. 대부분 당대 부자들이었지요. 송송님이 살던 옆동네는 당시 대한민국 넘버1 부촌이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은 아주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별로 없네요.
30년 동안 부를 유지하는거 어려워요. 대부분 못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하는 행태를 우리는 이미 30년 전에 경험한 거에요. 2회차답게 삽시다.

그렇습니다. 살아가면서 모든 것은 바뀝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취업을 축하해!
주말에도 나가는거야?
피곤하지? 푹 쉬어.

저희 부부는 남들처럼 가정을 이루는 것보다 나 자신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 오랜 시간 방랑하다가 뒤늦게 서로를 짝으로 만나 함께 여행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2세를 가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만, 우리는 시험관 시술을 고려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것은 여성에게 너무 큰 부담과 위험을 동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2세를 우리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행복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 선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아이를 맞이하고자 했습니다. 스스로 난 이제 정말 현명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또 오만함이었습니다. 아이고야.

없다. 없어...
없다. 없어...

갑작스러운 허말랑의 취업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축하와 지원 그리고 응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욕이 충만한 새 출발은 언제나 그러하듯 무리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무리는 당연히 무리한 결과를 낳습니다. 이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지요. 주말에 행복하게 나간 짝꿍은 떡이 되어 집에 왔습니다.

떡은 사람이 될 수없지만 사람은 떡이 될 수 있습니다
떡은 사람이 될 수없지만 사람은 떡이 될 수 있습니다

피곤한 짝꿍은 집에 오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반면에 하루종일 집에서 에너지를 충전한 저는 왠지 서운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물론 피곤해하는 아내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소외된 느낌도 듭니다. 오후 6시부터 잠을 자다가 자정에 아내가 집에 오면서 잠이 깨버렸습니다. 그래서 혼자 컴퓨터를 하다가 허벅지를 찌르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정갈한 마음으로 글을 쓰면서 마음에 남아있는 서운한 감정을 저 옆으로 치워놓고 저는 생각해봅니다.


정말 놓치면 안되는 작은 선택은 무엇인가?

감정을 멀리 한채로 잘 생각해보면 2세를 가지는 일은 마치 20대의 하상범이 스펙을 쌓던 일과 같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짝꿍과 함께 내일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러니 저는 피곤한 짝꿍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허말랑이 회사일에 잘 적응해서 커리어를 잘 만드는 것이 지금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행복한 허말랑 없이 2세도 없기 때문입니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저와 상관없이 잘도 굴러갑니다. 그 수레바퀴가 돌고 돌아 30년 뒤에 어떤 세상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 세상이 어떻든지 허말랑과 햄볶으면서 살면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행복을 성취하는 아주 간단한 이치입니다. 글을 쓰고 보니 스스로 나이를 잘못 먹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여보 사랑해
여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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