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럭키가 떠난 뒤에#
아내는 럭키를 떠나 보내고 집안에 있으면 우울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어딘가 다녔지요. 맛있는거 먹으러도 하고 좋은 경치도 보고 오고 그렇게 밖으로 밖으로 다녔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맛있어서 좋고 좋은 경치를 보면 또 즐겁다보니 럭키를 떠나 보낸 슬픔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슬픔이라는 것이 잠겨 있는게 아니고 마치 과속방지턱을 넘듯이 갑자기 쿵하고 왔다 사라지는 것이더군요.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내던 어느 날 밤, 불꺼진 집에 있는 잔디와 왕왕이를 보면서 문득 생각이 났어요.
남아 있는 애들한테 신경을 잘 쓰지 못했다는 것을.
아내가 어디라도 좋으니 아이들과 같이 가보자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2. 그렇게 도착한 남해#
작은 차에 텐트를 넣고 살림살이를 챙겨서 남해로 캠핑을 갔습니다. 어디든 가야한다고 하면 우리 기족은 남해를 가기 때문입니다. 낚시도 할 수 있고 경치를 볼 수도 있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강아지한테도 너그러운 장소이죠.
<멀리서보면 좋고 가까이서 보면 힘든 상황>아무도 없는 에메랄드빛 해변에서 강아지들과 뛰어놀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정말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동네 강아지들이 으르렁대면서 우리집 개들과 대치 상태를 벌여서 한바탕 상황을 정리하고 나서 흥분한 강아지들이 여기 저기 마구 돌아다니면 이미 저는 체력이 0이 됩니다. 뜨거운 남해 햇볕은 제 체력을 마이너스로 만들기 충분하죠.
떠나기 전에는 아름다웠던 것들이 떠나면 고생입니다.
마치 우리 인생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에 왔지요. 그렇게 한바탕하고 나니 럭키에 대한 슬픔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보다 우리 아이들과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