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초부터 비교 대상이 아닌 두 브랜드#
폴스타와 테슬라는 태생부터 지향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폴스타에서 공식적으로 이야기했어요. 우리는 퍼포먼스 드라이빙에 집중한다고요. 그래서 이것은 마치 가위와 칼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지 않는 것과 같은 비교입니다. 폴스타는 고급감, 디자인, 드라이빙 감성 같은 ‘자동차가 주는 경험’에 집중한 브랜드이고 테슬라는 거의 모든 역량을 ‘생산혁신과 자율주행’영역에 쏟아붓는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테슬라는 훌륭한 차지만 폴스타를 대체할 수 없고, 폴스타 역시 테슬라를 넘어설 수 없는 것입니다. 애초에 서로 다른 기준점에 있는 제품들이기 때문이죠.
2. “14 FSD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는 말에 대해#
맞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건 맞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테슬라 유저들과는 당분간 큰 상관이 없어요. 한국에서 판매되는 테슬라의 60% 이상이 중국산, 그중 HW4 탑재 비율은 1%대에 불과합니다. 즉, FSD가 혁신적인 성능을 보여도 한국 시장에서 그것을 실제로 체감할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이 성숙해진다고 해서 도로·인프라·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닌 것이죠. 또 하나 중요한 건,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고 모두가 테슬라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고전적이고 안정적인 ‘자동차 기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층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꾸 아이폰 vs 피처폰 비유를 하는데 그건 너무 단순한 비교입니다. 2010년경, 안드로이드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아이폰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뒤쳐져 있었습니다. 제가 관련된 일을 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버전쯤에서야 비로소 경쟁이 가능해졌습니다. (비슷해진 것이 아니라 비교가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는 겁니다. 대략 4년쯤 걸렸어요) 지금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테슬라 FSD와 타사 자율주행 기술은 ‘초기 아이폰 vs 초기 안드로이드’ 관계에 더 가깝다고 보입니다. 즉, 이 기술은 대세가 되겠지만 어느 한 기업이 독점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런데도 마치 ‘테슬라가 모든 것을 선도하고 독점할 것’처럼 말하는 건, 특정 집단의 바람에 가까운 겁니다.
3. 이런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 — “특정집단의 특징"#
먼저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하게 정립되어 있다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 역시 뚜렷해집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니가 좋네. 내가 좋네같는 의미 없는 논쟁을 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런 논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제품을 보는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민감한 이야기지만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첫번째 세그먼트는 제품을 선택할 때 남들의 시선이 중요한 사람들. 그러니까 막연하게 좋은 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내면 깊이 자리 잡고 있으며 보통 하차감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 혹은 무의식 중에 그런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에게는 타인이 좋게 볼만한 보편적인 요소. 예를 들면 가격 같은 요인이 중요한 제품 선택 이유가 됩니다.
“너 이게 얼마짜린 지 알아?”
아무리 비싸도 기준에 맞지 않으면 못생겼다.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와. 이게 얼마짜리라고?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린 왕자에도 나오죠. 어른들은 집이 얼마짜리인지만 궁금해한다고요. 그런 어른들입니다.
두번째로 그돈씨라고 부르는 스펙 비교을 하는 습성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시간이나 돈과 같은 자원이 타이트합니다. 그래서 단 한번의 실수도 하지 않고 최고의 경험을 하고 싶어합니다. 여기서 아이러니는 “최고”라는 기준이 이 경우에 보통 타자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유튜버의 리뷰를 보거나 유행이나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 특징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재화 안에서 최대의 효용을 담보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고 자신의 선택을 위협하는 다른 제품이 나타나면 까내리기 급급한 심리를 보이게 됩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집단 폭력적인 광신도들을 떠올리면 됩니다. 예전에 쉐보레 크루즈가 그랬고 k5가 그랬고 근래에는 bmw가 그랬습니다. 최근에는 제네시스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 현상의 시사점은 단점이 명확한 마이너 브랜드에서는 절대 이런 팬덤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두 올라운드 평점을 지향하는 매스티지스러운 브랜드들이죠.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고 팔방미인을 지향하는 브랜드들입니다.
4. 제품에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이 디자인을 만든다#
짐을 싣는 차는 그 목적에 맞게, 빠르게 달리는 차는 그 목적에 맞게 만들어집니다. 둘을 동시에 완벽히 해내는 차는 보통 디자인이라는 것이 틀어지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디자인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아 멋지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프로들의 설계 관점에서의 디자인을 말합니다) 제가 폴스타 2를 타면서 느낀 것도 이것입니다. 이 가격대에서 이렇게 일관된 디자인 철학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려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그걸 인정하고도 구매하고 싶다였습니다. 왜냐하면 폴스타2가 가진 디자인 철학이라는 가치가 제가 학생들에게 가르칠 정도로 제 세계관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이렇게 일관된 흐름으로 만들어진 담백한 차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차를 소유하는 경험은 특별하죠. 그래서 여기에 5천만 원을 쓰는 게 어리석은 일일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것은 고민의 대상이 아니라고 봐요.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 상황을 들여다보면 타인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테슬라를 깍아내리지 않아도 폴스타를 올려치지 않아도 뭘 구매할지 명확한 일입니다.
제 기준에서 테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단차도 안맞고 외관도 흉하게 생겼어. 이거 타면 내 미감이 얼마나 낮은지 온동네에 떠드는것과 같아. 하지만 이 차가 얼마나 스마트한지 알아?”
OK. 그래.
저도 자율주행이 필요해지면 바로 테슬라 살겁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왜? 일뿐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