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서 상처받고, 반려동물에게는 사랑을 느낀다#
오늘은 사람들이 왜 인간관계에서는 상처받고, 반려동물에게서는 유독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답부터 말하자면, 동물은 현재를 살기 때문입니다.
동물은 지금 주어진 형편에 따라 살아가며, 자신의 기준을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반면 인간은 다릅니다. 하루를 먹고사는 것조차 힘들던 시절에 품었던 욕망과, 생존의 걱정에서 벗어난 이후에 생겨나는 욕망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개들은 어릴 때나 늙어서나 간식을 주면 한결같이 기뻐합니다. 물론 더 맛있는 간식이 생길 수는 있겠지요. 고양이 역시 죽을 때까지 반려인 곁에서 골골거립니다. 과거에는 좋아하던 간식을 어느 날 갑자기 싫어하게 되거나, 늘 골골거리던 고양이가 특별한 이유 없이 더 이상 골골거리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요?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에 놓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는 “취업만 하면”, “사업에 성공하기만 하면”을 되뇌며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그렇게 십 년이 흐르고, 마침내 안정된 삶을 얻게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과거의 감정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 과거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되찾으려 하고,
- 과거에 받았던 대우들이 떠오르며,
- 과거의 결핍과 공포를 다시 두려워하고 예민해집니다.
저는 이것을 “고난은 이겨냈으나 마음이 구겨진 상태”라고 표현합니다. 인터넷에서는 이를 흔히
이라고 부르더군요.‘발작 버튼’
고난을 이겨냈지만 마음이 구겨진 사람은 사실 고난에서 벗어난 것이 아닙니다. 고난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 또 다른 고난 속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났다고 상상해보세요. 회사든, 학교든, 사랑이든, 심지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든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지 떠올려보세요. 내 마음 한쪽에만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의 구겨짐이 존재하지 않나요?
그리고 상대방 역시 적어도 나만큼의 구겨짐을 지니고 있을 확률이 99.99%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니 인간관계는 상처와 고통을 피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다릅니다.
동물들은 오늘을 삽니다.
동네 떠돌이 강아지가 가르쳐 준 진리#
우리 집 주변을 떠돌던 개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 뒷산에 설치한 올무에 그 개가 걸렸습니다. 낑낑거리는 소리와 함께 녀석은 올무를 뜯어내고 도망쳤습니다.
이후 그 녀석을 다시 만났을 때,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올무 일부가 목을 조이며 살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죠. 포획해서 도와주려 했지만, 한 번 크게 당한 녀석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갔고, 그 개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아이가 당연히 죽었을 거라 생각하며 마음속에서 보내주었습니다. (잊고 살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봄이 되자, 거짓말처럼 그 개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여전히 올무를 목에 건 채로, 그리고 친구 한 마리를 데리고 말이죠. 심지어 그 친구는 다리가 별로 남아 있지 않아서 한 쪽 다리를 절뚝이는 개였습니다.
잔디는 푸르게 자라고, 길가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었으며, 나비가 날고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은 날이었습니다. 올무에 걸려 목이 썩는 개와 다리에 장애가 있는 개는 너무도 행복하게 꼬리를 흔들며 장난을 치고, 서로를 핥으며 시골길을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들은 다시는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 결과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그리고 나#
그들은 자신을 망가뜨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고, 망가진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날 저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아직도 그 장면은 제 평생 잊히지 않습니다.
- 암에 걸린 강아지는 주인을 탓할까요?
- 아니면 자신의 과거를 원망했을까요?
그들에게 아픔과 반려인은 별개의 존재입니다. 아픈 것은 아픈 것이고, 반려인은 반려인일 뿐입니다. 그저 지금을 이겨내기 위해 발버둥칠 뿐이죠. 그런 존재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 사랑받는다는 것은 곧 사랑하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 그리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은 사랑할 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어렵습니다. 인간은 지성을 얻은 대신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이 나이를 먹어보니 사랑은 인간의 지성에 반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를 떠올리고, 감정의 씨앗을 뿌립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랑을 하는 데 가장 큰 방해물이 됩니다.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지성이 없는 존재보다도 더 불행해질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