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날#
TV를 보는데 저희 부부에게는 불안이 덮쳤습니다.
혹시나 교통이나 치안에 문제가 생겨서 소요 사태가 일어나면 럭키하고 생이별하게 되는 거 아냐?
뉴스에서 나오는 진행 상황을 보니 점점 더 두려워졌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이 내일이나 모레 퇴원하자 하셨는데 하필 오늘 비상계엄을 선포하다니!! 저희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정에 병원에 퇴원을 선포하고 분당으로 향했습니다. 병원 관계자들은 많이 놀란 눈치였지만 퇴원 선포에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남은 병원비 결재하고 럭키를 데리고 나왔어요.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계엄 당시 상황부터 정리해보면,
- 이제 염증 수치를 제외한 나머지 수치는 모두 정상 또는 위험 범위가 아닌 상태
- 병원이 허락 없이 자의적으로 퇴원을 감행
저의 가설대로 염증이 떨어지니 알부민과 빈혈 수치 모두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염증 수치가 절대값으로는 아직 높긴하지만 추세를 보면 곧 내려갈 것이라 예상되었기 때문에 지금 해도 된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치료 과정에서 여러가지 트러블이 있었지만 결과가 이만하면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홀가분하게 병원비를 결재하고 이 돈으로 럭키를 1년 정도 연장 구독한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럭키는 마치 일제에게 고문당한 독립투사처럼 온 몸이 너덜너덜했습니다. 10일간 정맥주사로 인해 양쪽 다리는 부어있고 목덜미는 주사 부작용으로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가 등을 째서 피고름을 제거했습니다. 그래서 몸통에는 양파망을 끼우고 있었고 등에는 스테이플러가 박혀있었어요. 평생 써 본 적 없는 럭키의 새 것같은 꼬추는 카테터하느라 완전 너덜너덜해졌구요. 복부, 다리, 등 듬성듬성 털은 다 밀려 있었어요.

게다가 입원 전보다 럭키의 행동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어요. 전보다 두 배는 더 느려졌고 작은 터치에도 깜짝 깜짝 놀라고 전반적으로 매우 예민하고 무기력했습니다. 그 좋아하던 밥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무언가 하기 전에 눈치를 엄청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저기 만져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자포자기한것처럼 눈만 감고 있었어요. 겉모습은 같지만 전혀 다른 강아지가 되어 돌아온 것에 저희는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아마도 럭키는 자신이 늙고 힘없어져서 우리가 버렸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리고 병원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럭키가 하기 싫은 일들을 해야만 했을 것이고요. 하지만 럭키는 14년동안 단 몇 분도 하기 싫은 걸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한 마디로 안돼를 배우지 못한 망나니 코기였습니다. 그런 럭키에게 이번 경험은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음이 분명했어요.

슬프지만 어쩔 수 없지요. 저는 럭키의 목숨과 바꾼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그런 럭키 마음을 다시 일으켜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죠. 그래서 저희에겐 숙제가 생겼어요.
- 럭키 수치가 문제가 없게 유지하는것
- 럭키의 무기력함을 어떻게 개선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