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보우 이야기입니다

1. 공포의 산부인과#

11월 21일 아내의 39살 생일입니다. 저는 그 동안 저와 함께 사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생일 선물로 연말 런던 여행을 생각했습니다. 좋은 숙소도 잡았고 들뜬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에게는 엘보우라는 더 큰 선물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엘보우를 환영하기 위해 영국 여행도 모두 취소했습니다. 위약금이 상당해서 아내는 가고 싶다고 했지만 여행은 임신과 비교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거짓말처럼 타고 다니던 자동차가 멈췄고 럭키가 중환자실로 입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산부인과에서도 엘보우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얼마 뒤 럭키는 병원에서 죽냐 사냐를 이야기하고 있게 되었고 그 동안 저희는 엘보우를 떠나 보냈습니다. 하루 이틀 사이에 무엇에 홀린듯이 저희 집에서는 많은 일들이 몰아 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자동차도 럭키도 살아났습니다. 저희도 일상을 되찾았고 저도 정신을 좀 차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얼마 전 많은 분들이 엘보우에게 축하를 주셔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오늘 엘보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공감을 머리로만 알았다 (후회)

몰랐습니다. 이런 기분일 줄은.

제가 2016년부터 인스타를 시작한 이래로 수많은 반려동물들이 아픈 것을 봐왔습니다.

말랑아. 인스타봤어? OO이 지금 아픈가봐. 큰 일이다

어떻게 하냐. OO이네 지금 많이 힘드시겠다.

네코짱부터 최근에 김쭈까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날 때마다 저에게도 공평하게 찾아올 마지막에 대한 두려움과 친구들의 슬픔에 스스로 충분히 공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럭키가 이렇게 사경을 해매보니까 실제는 전혀 달랐습니다. 저는 단 1%도 그 분들의 고통을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인스타에서는 제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글이나 영상, 사진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저의 감정적인 부분이 강조되지만 평소에 저라는 사람은 매우 일관되고 차분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환자 럭키를 반려하는 것은 절대로 일관적일 수도 없고 차분할 수도 없었습니다. 지난 일주일은 회사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과연 저만 그랬을까요. 아마 먼저 아이들을 떠나보내신 인친분들 역시 똑같은 과정을 겪으셨겠지요. 그러나 당시의 저는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깊은 슬픔이었는지 저는 몰랐습니다.

럭키는 7일째 입원 중입니다

1일 차 월요일#

럭키는 입원할 때만해도 그래도 자기 힘으로 움직이고 정신이 있었는데 다음 날 면회 갔을 때 럭키는 하루만에 상태가 매우 안좋았습니다. 면회실에서 만난 럭키는 고문이라도 당한 것처럼 그저 멍하니 땅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럭키의 꼬추에는 카테터가 꽂혀있었고 앞다리에는 수액을 맞고 있었어요. 기분이 참담했습니다.

선생님은 럭키의 상태를 이렇게 설명해주셨습니다.

  • BUN 수치가 매우 높다.
    • 혹시나 해서 다시 검사해봤다
    • 처음 입원하실 때 말씀하신 80이 아니라 120이 넘고 있다.
  • 크레아틴 수치 역시 5.3까지 올라갔다.
  • 그리고 알부민 수치가 2.0인데 이거 매우 낮은 것이다.
    • 체내에서 단백질을 다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 게다가 방광염이 있다.
    • 그래서 항생제를 투여했는데 항생제가 잘 안맞는 것 같다.
    • 그래서 한 개만 남기고 다 제거했다.
  • 아무튼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
  • 그리고 수액을 맞으면 빈혈이 올 수도 있다.
    • 빈혈이 오면 수혈도 생각하셔야 한다

내가 럭키를 망가뜨리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면서 나라는 존재를 유지하기도 힘든 날이었습니다.

럭키 응급실에 가다

1. 균열#

럭키는 올여름부터 조금씩 예전과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예전엔 우리가 살짝만 움직여도 벌떡 일어나곤 했는데, 이제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지 우리가 돌아다녀도 세상 모르고 자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낮에도 잠을 더 많이 자고, 그렇게 좋아하던 산책도 마음처럼 즐기지 못하는 모습이었어요.

게다가 얼마 전에 스케일링을 했는데도 입 냄새가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고요. 언제까지나 아기 같던 럭키가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거죠. 저는 장난처럼 럭키 입냄새 맡으면 똥 냄새 난다고 놀리고, 귀가 잘 안 들리니까 이제 나이 먹고 푹 잠을 자는 거라며 오히려 귀여워했어요.